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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낭랑로드] 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 글 윤울그림 이솔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내 옆 좌석에 한 남자가 앉았다. (고도 비만이었다) 그의 부푼 몸이 내게 닿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남들 허벅지만한 발을, 아니 팔을 왼쪽과 오른쪽 팔걸이에 하나씩 툭, 툭 걸더니 이내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잠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고막을 잠시 마비시키고 싶었다. 중국 사람 같았는데, 책꽂이에는 한국 신문이 꽂혀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빵이 나오자 잠깐 깬 그는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빵을 먹어 치웠다. 다 먹어치우고나자 의자 깊숙이 등을 묻더니,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뒷좌석에서도 나의 청각 세포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빅이슈] 화가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미술관 - no.78 (2014년 2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화가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미술관 글 윤진그림 이솔 화가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미술관 경복궁 서쪽 일대를 일컫는 서촌. 그곳에 사는 형을 만나자 형은 근처에 문을 연 미술관을 보고 가라 했다. 개관한지 1주일이 채 안 되었을 때였다. 형 : 박노수 화백이 살던 집인데 얼마전에 미술관으로 열었어. 원래 그 집은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 지은 건물인데, 1972년부터 박노수 화백이 들어와 살았어. 박노수 화백? 동양화를 그린 화가야. 그리고 배우 이민정 알지? 박노수 화백이 그녀의 외할아버지야.'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 들 정도로 동네에 애착이 많은 형은, 디테일하면서도 깨알같은 설명을 잊지 않았다. 옥인길을 따라 수성계곡을 향해 걸어 오르자, 남도분식을 지나 박노수朴魯壽 이름 ..

[과학 책갈피] 내안의 물고기, 닐 슈빈

그림작업을 마치고 , 조금은 아리송한 제목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 제목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됩니다. 우리의 몸 속에서 진화의 흔적을, 그것도 어류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딸국질과 탈장, 수면 무호흡은 인간이 물고기에서 ‘업그레이드’ 되며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진화는 46억 년 지구 역사의 대서사시입니다. 38억 년 전 생명의 탄생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지구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99% 이상이 멸종했고, 화석으로 보존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불과 몇 백 년 사이 우리 인류는 직소퍼즐을 맞추듯, 각 시대의 화석층에서 진화의 조각들을 발견해 38억 년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만약에 생명의 역사 전체를 포함하는 암석 기둥이 존재한다면’ 암석 ..

가로수길 도레도레(신사점)

우리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레도레 신사점이 문을 열었던 소식고마워 케이크가 나왔다는 소식마카롱 아이스크림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먼 발치에서만 듣다가 드디어 찾아갔다. 마카롱 아이스크림은 인천부터 출시된다고 한다. 고마워 케이크는 정말, 이름 그대로 고맙게 생겼어요, 라던 손군의 말이 생각났다.모양은 잘 모르겠지만 생크림과 딸기, 아래 빵까지 제대로 만든 케이크였다. 너무 맛있어서밤 11시라는 시간도 잊고 다 먹었다. [신사점 도레도레 매장 내부] [고마워 케이크] [고마워 케이크]

생활 합니다 2014.06.14

깨진 그릇과 칼들(코렐 그릇, 교세라 세라믹 칼)

2013년 6월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여름이었다.컵도 깨지고, 그릇도 깨지고, 칼도 깨지고... 튼튼하기로 소문 난(?) 코렐 그릇설거지하다 싱크대에 툭 떨어뜨렸는데, 참 깔끔하게도 깨졌다. - 코렐 그릇 깨졌어.- 산 지 1년 안되어 있으니 교환하면 돼 1개월 후 - 코렐 언제 교환해?- 남편이 좀 알아봐.- 응 알아보니영수증과 보증서가 있어야 했다. 어느 매장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다. - 보증서 있어?- 없어.- 영수증 있어?- 없어. 근데 재발급 받으면 될 거야.- 그냥 버려. 2014년 6월코렐 접시 위에 초콜릿 한 덩어리를 올리고 칼질 두 어번을 한 다음 접시를 들고 갔다. 그런데 접시를 내려 놓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서 접시가 쨍강 쪼개지더니 깨졌다. 놀랐다. 접시는 1년 동안 세번 깨졌다. ..

생활 합니다 2014.06.13

이탈리아 산책. 프롤로그

[낭랑로드] 이탈리아 산책- 프롤로그 - 글 윤울그림 이솔 비행기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다.지난해, 론리플래닛에 보낸 독자사진이 운 좋게 꼽혀 매거진에 실렸다(2013년 9월호 참조). 론리플래닛에서 사은품으로 디스커버리 시리즈 중, 두 권을 보내준다고 했다. 그때 태국편과 이탈리아편을 받았다. 태국 책은 연초에 태국에 가는 형에게 주었다. 그보다 먼저 나는 형에게 미얀마 책을 빌렸는데, 돌려주지 못했다. 잃어버린 거였다. 그것도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베트남 항공에서 내려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 항공사 직원에게 책을 찾아 달라고 했지만, 분명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책을 찾지 못했다. 유독 비행기에 두고 내린 물건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전 일본에 갔다 돌아오..

[빅이슈] 문래동 예술창작촌 : 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 no.77 (2014년 2월 1일)

Travel - 낭랑로드문래동 예술창작촌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글 윤진그림 이솔 나와 쏠이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알게 된 건 제천의 ‘대전리’라는 조그만 마을에 있는 한 폐교에서였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서 30분을 걸어 다닌 적이 있는 학교였다. 교문에는 학교 이름 같지 않은 이름이 ‘그려져’ 있었다. '마을이야기학교’ 무얼 하는 공간인지 궁금해 들어갔다. 농활을 나온 것처럼 푸근하면서도 느긋한 분위기의 청년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는 도시의 젊은 예술가들이 내려와 살며 예술 창작을 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마을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고 마을영화제를 열었다. 교실과 복도에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만든 온갖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이..

[인물] 정치다방 - 노회찬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거는지금 대통령이 관계자들에게 할 얘기가 아니라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있는 얘기예요.지금 대통령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인데선장이 아니라 마치 선주같아요.선주는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커트롤 타워가 아닌면 그러면재난 구경 타워입니까? 관망타워입니까?새누리당은 청와대도 특별재난지역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국민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려져야 합니다.결국에는 밀실에서 혼자서 대안을 다 만들었습니다.혼자 사십시오.그럴려면은 로빈슨크루소처럼 혼자 사십시오.

[과학 책갈피]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그림 작업을 마치고 우주의 역사와 자연법칙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우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고,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소설 에서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750만 년 동안 컴퓨터를 돌려 답, “42”를 얻어냅니다. 스티븐 호킹은 소설의 답이 아니라 과학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신’을 불러들이지 않고 온전히 과학으로 이에 대해 답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기적’ 뒤에, ‘신’이 있을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호킹은 끈이론을 통합하는 M이론이 최종 이론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고자 했던 통일이론이자, 스스로 우주를 만들어 내는 이론입니다. ‘위대한 설계’..

[빅이슈] 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 no.76 (2014년 1월 15일)

Travel- 낭랑로드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글 윤진그림 이솔 * : 지하철을 타느냐, 타지 못하느냐로 달라진 인생을 그리는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경부선, 경의선, KTX,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 역사 앞 버스환승센터까지, 수많은 육상 교통 수단의 기점이자 종점인 서울역.몇 년 전 서울과 충남 아산을 오가던 때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 8시, 서울역을 출발해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출발이 조금 늦었고, 바로 앞에서 2호선 지하철을 놓쳤다. 시작이 좋지 않았다. 시청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할 때도 서둘렀지만 내 앞에서 스크린도어가 닫혔다. 다음 지하철은 3정거장이나 뒤에 있었다. 머릿속엔 온통 탈 수 있을까? 탈 수 없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

[과학 책갈피] 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그림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사용한 지 30년도 넘은 기기의 성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사 항목은 다양했습니다. 높이와 무게, 내부 압력을 재고, 엑스선으로 뼈대를 훑었습니다. 주사 바늘을 사용해 내부 액체를 뽑고, 초음파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크게 고장난 부품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이상만 없다면 몇 십 년 더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다만 하루하루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면이 아니라 일반으로 선택했습니다. 검사실 앞에 차트를 올려놓고 기다리자 간호사가 와서 물었습니다. "이거 드셨어요?" "아니요." "드시고 기다리세요."장내기포 제거액을 마셨습니다. 목이 마비되더군요. 침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참아야..

윤&쏠의 빅이슈-낭랑로드

[빅이슈] Travel - 낭랑로드 글 윤진그림 이솔 no.70 2013. 10. 15. 북촌, 망각의 도시에 남겨진 조각난 기억 no.71 2013. 11. 01.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 no.72 2013. 11. 15. 혀끝으로 떠나는 이국, 이태원 골목길 no.73 2013. 12. 01. 무계획 달밤 산책, 경리단길 no.74 2013. 12. 15. 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no.75 2014. 01. 01. 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no.76 2014. 01. 15. 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no.77 2014. 02. 01. 문래동 예술창작촌 : 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no.78 2014. 02. 15. 화가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미술관 no.79 2014. 03...

[과학 책갈피]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그림 작업을 마치고 결혼하기 전 이석영 교수가 데이트할 때의 일입니다. 여자가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아! 저 별 참 예쁘다”라고 합니다. 아마 이럴 때 의 조석 작가라면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샛별을 위하여 건배!”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석영 교수는 “저건 별이 아니야. 금성이지”라고 합니다. “금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오로지 태양 빛을 반사할 뿐이야.” 누가 천문학자 아니랄까 봐요. 항성은 태양, 시리우스, 리겔처럼 스스로 타서 빛을 내는 천체입니다. 반면 수성과 금성, 목성을 나타내는 행성은 스스로 타지 않는 천체를 의미합니다. 은하에 떠도는 기체들이 모여 중력의 힘으로 수축하게 되면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온도가 올라갑니다. 태양 질량의 7퍼센트 정도보다 크면, 중력 수축..

[빅이슈] 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 no.75(2014년 1월 1일)

Travel - 낭랑로드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글 윤진그림 이솔 지난달, 친구의 결혼이 있었다. 10년을 연애한 오래된 커플이었다. 나와 쏠의 결혼파티 사회를 봐준 터라 우리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 재미로 몇 개의 쿠폰을 줬다. 스냅 사진 촬영, 식전 영상 제작, 포토테이블 꾸미기. 사진 찍는 거랑 식전 영상 만드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사실 포토테이블은 꾸며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녀석, 덜컥 포토테이블을 부탁한다. 간도 크다. "괜찮겠어?" 다시 묻는 내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쏠은 일주일 동안 틈틈이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물건들을 주문했다. 테이블을 장식할 사진과 액자, 신랑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쓸 사진엽서들. 무엇보다, 결혼 당일날 사야 하는 게 하나 있었다. 꽃이었다. 해가 짧..

빅이슈 81호

'값비싼 우주선의 불시착' 이 건물을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주선을 생각하는 거 같다. 기사 곳곳에서 이 건물을 '우주선'에 빗댄 글들을 많이 보았다. 무한도전 외계인 특집도 이곳, DDP에서 찍었다. 5,000억원. '값비싼'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우주선이라 한다면 5천억원은 아주 싼 돈일지도 모른다. DDP는 문을 열었고, 간송의 소장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한 번은 가봐야 할 터이다.

[빅이슈] 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 no.74(2013년 12월 15일)

* 표지가 김광석. 멋지다! Travel - 낭랑로드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글 윤진그림 이솔 도시게릴라 : 주로 도시에 침투해 기습과 교란 전술로 공공미술을 남기고 떠나는 예술가들. 그들의 전술은 이른바 '드로우 앤드 런draw and run'. 지형과 지물을 활용한 변칙적인 전술로 도시를 교란시킨다. 도시 전체를 바꿀 힘은 없지만 도시의 틈을 찾아내어 시민들을 교란시키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교란이다. 발칙하고 기발한 창의력을 무기로 일상을 비틀어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무심히 길을 걷는 사람들을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지난 9월 13일에서 15일, 서울문화재단은 를 진행했다. 서울 5개 지역에서 60여명의 작가들이 150여점의 작품을 몰래 설치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