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합니다/이탈리아 산책 7

이탈리아 산책. 괴테는 로마를 사랑했다

괴테는 로마를 사랑했다. 그는 로마에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로마를 더욱 알고 싶어 했다. "바다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깊어지는데, 이 도시의 구경도 그것과 같다.", "그것에 통달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린다. 대충대충 보고 떠나가는 여행자를 보면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다." 대충대충 보고 떠나가는 여행자라... 우리는 로마를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빌 브라이슨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끝없이 습하기만 한 북유럽 하늘 밑에 한 달 가까이 있다 보니 햇살이 너무도 그리워" 로마에 갔다. 그에게 로마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이나 멋진 곳"이었고, "따뜻하고 해가 잘 들고 느긋하고 활기차며 맛난 음식과 값싼 술"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그리고 걷고 또 걸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그저 걷고 ..

이탈리아 산책. 동네 까페

집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카페(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켰다. 들고 가겠다고 했으나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이 없었다.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쏠이 단숨에 들이켰다. (원샷)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에스프레소 잔에 우유를 부어 라떼를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나가려는 기색을 보이자 아저씨가 남은 커피를 보더니,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가리키며 carry? 라고 묻는다. (그래 그걸 원했다고!)

이탈리아 산책. 마르타의 집

이름만 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는 전혀 무관한 공항을 떠나 테르미니 역으로 갔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Giulio agricola 역 근처에 있는 B&B(Bed&Breakfast의 약자로, 민박 개념의 숙소)를 찾아갔다. 집은 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찾지 못해 해맸다. 처음 찾아갔던 곳이 맞았다. 그런데 '마르타Marta' 이름을 찾지 못해 길 건너 건물을 뒤지고, 또 그 옆 건물들을 뒤지다 두 번이나 길을 묻고(그들도 틀렸다!) 겨우 돌아왔다. 초인종 옆에 붙은 이름들을 들여다보니, 그제야 '마르타'의 이름이 보였다. 로마 역 밤 11시, 우리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잠을 자고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을 누르며(여기가 맞을까 하는 걱정도 남아 있었다), 벨을 눌렀다. 다행히 마르타가 문을 열어주..

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낭랑로드] 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 글 윤울그림 이솔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내 옆 좌석에 한 남자가 앉았다. (고도 비만이었다) 그의 부푼 몸이 내게 닿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남들 허벅지만한 발을, 아니 팔을 왼쪽과 오른쪽 팔걸이에 하나씩 툭, 툭 걸더니 이내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잠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고막을 잠시 마비시키고 싶었다. 중국 사람 같았는데, 책꽂이에는 한국 신문이 꽂혀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빵이 나오자 잠깐 깬 그는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빵을 먹어 치웠다. 다 먹어치우고나자 의자 깊숙이 등을 묻더니,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뒷좌석에서도 나의 청각 세포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탈리아 산책. 프롤로그

[낭랑로드] 이탈리아 산책- 프롤로그 - 글 윤울그림 이솔 비행기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다.지난해, 론리플래닛에 보낸 독자사진이 운 좋게 꼽혀 매거진에 실렸다(2013년 9월호 참조). 론리플래닛에서 사은품으로 디스커버리 시리즈 중, 두 권을 보내준다고 했다. 그때 태국편과 이탈리아편을 받았다. 태국 책은 연초에 태국에 가는 형에게 주었다. 그보다 먼저 나는 형에게 미얀마 책을 빌렸는데, 돌려주지 못했다. 잃어버린 거였다. 그것도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베트남 항공에서 내려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 항공사 직원에게 책을 찾아 달라고 했지만, 분명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책을 찾지 못했다. 유독 비행기에 두고 내린 물건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전 일본에 갔다 돌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