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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책갈피] 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윤진 2014. 5. 6. 21:59




그림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사용한 지 30년도 넘은 기기의 성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사 항목은 다양했습니다. 높이와 무게, 내부 압력을 재고, 엑스선으로 뼈대를 훑었습니다. 주사 바늘을 사용해 내부 액체를 뽑고, 초음파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크게 고장난 부품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이상만 없다면 몇 십 년 더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다만 하루하루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면이 아니라 일반으로 선택했습니다. 검사실 앞에 차트를 올려놓고 기다리자 간호사가 와서 물었습니다.

  "이거 드셨어요?"

  "아니요."

  "드시고 기다리세요."

장내기포 제거액을 마셨습니다. 목이 마비되더군요. 침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참아야 했습니다. 모로 누워 입을 벌렸습니다. 그동안 저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기기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게 살짝 겁이 나더군요. 내시경이 머뭇거림 없이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마치 동굴을 탐험하듯,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나아갔습니다. 놀랍고 진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외부에 설치된 긴 관이 제 입을 통해 위까지 들어가 있었습니다. 상상하긴 싫지만, 조금 더 간다면 소장과 대장, 항문까지 이어질 수 있겠죠. 저는 그때 소화기가 몸의 내부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 화를 그려보았습니다.



* 이 글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발행되었습니다.

링크 :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category=154171&document_srl=16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