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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책갈피]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윤진 2014. 4. 9. 23:24








그림 작업을 마치고


결혼하기 전 이석영 교수가 데이트할 때의 일입니다. 여자가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아! 저 별 참 예쁘다”라고 합니다. 아마 이럴 때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라면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샛별을 위하여 건배!”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석영 교수는 “저건 별이 아니야. 금성이지”라고 합니다. “금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오로지 태양 빛을 반사할 뿐이야.” 누가 천문학자 아니랄까 봐요.


항성은 태양, 시리우스, 리겔처럼 스스로 타서 빛을 내는 천체입니다. 반면 수성과 금성, 목성을 나타내는 행성은 스스로 타지 않는 천체를 의미합니다. 은하에 떠도는 기체들이 모여 중력의 힘으로 수축하게 되면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온도가 올라갑니다. 태양 질량의 7퍼센트 정도보다 크면, 중력 수축으로 내부온도가 1000만 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됩니다. 별이 태어납니다. 반대로 태양질량의 7퍼센트보다 작으면 별이 되지 못하고, 행성이나 소행성 등이 됩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행성도 별, 유성도 별이라 불러왔는데, 이제 와서 그런 것들은 별이 아니라고 합니다. 별이 항성이라면, 태양도 별입니다.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태양을 보며, “저 별 봐” 하진 않지요.


저는 위키백과의 정의가 마음에 듭니다. “별은 항성을 말하며, 아울러 태양과 달을 제외한 행성, 혜성 등의 천체를 두루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 어떤 말들은 엄밀한 과학적 정의로만 한정지어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과학 웹진 <사이언스온>에 발행되었습니다.

링크 :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category=154171&document_srl=154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