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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혀끝으로 떠나는 이국, 이태원 골목길 - no.72(2013년 11월 15일)

윤진 2014. 2. 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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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으로 떠나는 이국, 이태원 골목길


윤진

그림 이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고, 한식보다 외국 음식점이 많을 것 같은 이태원에서는 몇 개국의 음식을 팔고 있을까? 용산구에 따르면 약 30여 개국의 음식점이 이태원에 있다.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과 같이 비교적 흔한 곳은 물론이고 유럽(스페인, 불가리아, 그리스, 터키), 아프리카(이집트, 나이지리아), 남미(브라질, 파라과이)와 같이 쉽게 접하기 힘든 음식점들까지 있다. 


해방 후 미군들을 대상으로 조악한 기념품 따위를 팔던 구멍가게들이 지금은 번듯한 양복점, 골동품 가게, 레스토랑을 차렸다. 이국적이고 다국적인 풍경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이태원은 관광 명소가 되었고, 1997년, 서울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이 140만명을 넘어섰다. 미군 위주의 거리였던 이태원은 다국적화되며, 아프리카계와 무슬림 인구가 많아졌다. 동네 안내판에는 한글과 영어 아래 아랍어까지 적혀 있다. 골목길에서는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풍겨나고, 수염을 기른 남자와 히잡을 둘러 쓴 여자가 지나친다.


터키 음식점 앞에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파는 남자를 만났다. 그를 발견한 쏠은 지금 막, 자신이 터키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 사람처럼 반가워했다. 돈두르마는 단숨에 그녀를 터키 카파도키아로 데려다 놓았다. 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갈 때, 길에는 지금처럼 한 남자가 돈두르마를 팔고 있었다. 그를 본 쏠은 턱관절이 풀린 듯 입을 벌리고 눈을 빛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스캔한 터키 상인은 화려하면서 유혹적인 기술을 뽐냈다. 떡을 메치듯 떡메로 아이스크림을 내려치고 끌어올리자, 대롱거리던 아이스크림이 아슬아슬하게 땅에 떨어지지 않고 따라 올라갔다. 묘기에 가까운 끈기였다.


터키로 가는 스페이스머신을 앞에 둔 쏠은 초조했다. 앞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돈두르마를 먹기 위해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들은 남자가 내민 돈두르마를 잡으려다 남자의 장난에 번번이 놓쳤다. 아이들이 하얗고 맑게 웃음을 터뜨렸다.


윤 : 쏠, 오래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그냥 갈까?

쏠은 아무말이 없었다. 지금 돈두르마를 먹지 않으면 조만간 터키로 가자고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