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합니다/한겨레 과학 책갈피(연재종료) 9

[과학 책갈피]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이번 화를 그리며 저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 중에 후속작인 를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괴상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거죠. 그로부터 얼마 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가 그 책을 읽었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냐고 물으니 아내는 "아웃라이어는 물론 읽었겠지?" 하고 물었습니다. 물론, 읽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목조차 낯설었습니다. 그렇게 아웃라이어를 읽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글은 쉽고 명확했습니다. 각 장을 모두 만화로 그리고 싶을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성공과 실패가 생각지도 못한 데에서 찾아온다는 통찰은 놀라웠습니다. 아내는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움이 됐어?" 하고 묻자 아내가 답합니다. "난 이미 글렀다는 걸 알았어."

[과학 책갈피] 코스모스, 칼 세이건

이번화를 그리며 인간은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고, 농작물을 재배하며, 수없이 많은 인위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양은 가축화 이전에 1킬로그램의 거친 털도 만들기 어려웠지만, 1만 년이 지나지 않아 고품질의 고운 털을 10~20킬로그램씩 생산해냅니다.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의 양도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곡식은 낱알이 굵어졌고, 채소나 과일은 열매가 커졌습니다. 인간이 이들의 품종을 개량한 것입니다. 이솔 작가가 이 번 화를 보더니, 에 이런 내용도 담겨 있냐고 묻습니다. 칼 세이건의 는 방대합니다. 책의 첫머리처럼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입니다. 작가는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며,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만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

[과학 책갈피] 우연한 마음, 데이비드 J. 린든

그림 작업을 마치고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의 한 여성 국회의원(아일렛 새이크)이 페이스북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낳는 팔레스타인의 엄마들을 다 죽여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엄마들은 죽은 자식을 따라가야 하며 그것이 ‘정의’”라고 해 전 세계 사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론 더머 미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군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을 보면 자신의 고통에는 굉장히 예민한 반면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척 둔감한 것 같습니다. 그들 자신이 가하는 힘의 절반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감히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순 없겠지요. * 이 글은 한겨레 과학웹진 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cienc..

[과학 책갈피]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그림 작업을 마치고 파인만은 강의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게 될 내용은 대학원에서 3~4년 정도 공부한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내용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이것을 여러분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파인만의 한 문장은 양자역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론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양자역학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양자전기역학이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자연을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론과 실험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과학 책갈피] 내안의 물고기, 닐 슈빈

그림작업을 마치고 , 조금은 아리송한 제목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 제목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됩니다. 우리의 몸 속에서 진화의 흔적을, 그것도 어류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딸국질과 탈장, 수면 무호흡은 인간이 물고기에서 ‘업그레이드’ 되며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진화는 46억 년 지구 역사의 대서사시입니다. 38억 년 전 생명의 탄생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지구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99% 이상이 멸종했고, 화석으로 보존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불과 몇 백 년 사이 우리 인류는 직소퍼즐을 맞추듯, 각 시대의 화석층에서 진화의 조각들을 발견해 38억 년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만약에 생명의 역사 전체를 포함하는 암석 기둥이 존재한다면’ 암석 ..

[과학 책갈피]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그림 작업을 마치고 우주의 역사와 자연법칙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우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고,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소설 에서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750만 년 동안 컴퓨터를 돌려 답, “42”를 얻어냅니다. 스티븐 호킹은 소설의 답이 아니라 과학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신’을 불러들이지 않고 온전히 과학으로 이에 대해 답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기적’ 뒤에, ‘신’이 있을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호킹은 끈이론을 통합하는 M이론이 최종 이론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고자 했던 통일이론이자, 스스로 우주를 만들어 내는 이론입니다. ‘위대한 설계’..

[과학 책갈피] 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그림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사용한 지 30년도 넘은 기기의 성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사 항목은 다양했습니다. 높이와 무게, 내부 압력을 재고, 엑스선으로 뼈대를 훑었습니다. 주사 바늘을 사용해 내부 액체를 뽑고, 초음파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크게 고장난 부품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이상만 없다면 몇 십 년 더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다만 하루하루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면이 아니라 일반으로 선택했습니다. 검사실 앞에 차트를 올려놓고 기다리자 간호사가 와서 물었습니다. "이거 드셨어요?" "아니요." "드시고 기다리세요."장내기포 제거액을 마셨습니다. 목이 마비되더군요. 침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참아야..

[과학 책갈피]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그림 작업을 마치고 결혼하기 전 이석영 교수가 데이트할 때의 일입니다. 여자가 서쪽 하늘을 가리키며 “아! 저 별 참 예쁘다”라고 합니다. 아마 이럴 때 의 조석 작가라면 “당신의 눈동자에 담긴 샛별을 위하여 건배!”라고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석영 교수는 “저건 별이 아니야. 금성이지”라고 합니다. “금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오로지 태양 빛을 반사할 뿐이야.” 누가 천문학자 아니랄까 봐요. 항성은 태양, 시리우스, 리겔처럼 스스로 타서 빛을 내는 천체입니다. 반면 수성과 금성, 목성을 나타내는 행성은 스스로 타지 않는 천체를 의미합니다. 은하에 떠도는 기체들이 모여 중력의 힘으로 수축하게 되면 위치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온도가 올라갑니다. 태양 질량의 7퍼센트 정도보다 크면, 중력 수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