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6

커피를 적다

커피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생각은 전쟁터의 기병대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기억은 기습하듯 살아난다. 작중 인물은 즉시 떠오르고 원고지는 잉크로 덮인다. 발자크, 中 집에서 마시는 커피 K군이 커피를 가져왔다. - 집에 갈 때 뭐 사갈까? 요즘은 돌직구로 묻는 편 - 올 때 커피 원두 좀 사와. 그랬더니, 원두 다섯 봉지. 1킬로그램을 가져왔다. 케냐AA 탄자니아 AA 킬리만자로 인도네시아 토라자 코스타리카 따라주 파나마 S.H.B * 원두 1킬로그램. 좋다. 종류별로 마셔보자.* 전에는 회사나 집 근처 카페에 들러 원두를 사오는 편이었는데, 이후 주로 인터넷으로 주문해 마시게 되었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생두를 사면 그보다도 훨씬 더 싸지만, 로스팅까지 하는 수고를 할 자..

생활 합니다 2016.01.30

[빅이슈] 동네 사람을 위한 동네 방배동 - no.86 (2014년 6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동네 사람을 위한 동네, 방배동 글 윤진그림 이솔 얼마 전 희망가게* 취재를 위해 방배동을 찾았다. 방배동은 처음이었다. 몇 년 전 방배 말고, 배방에 살았던 적은 있다. 아산까지 지하철 1호선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때였다. 배방역 근처, 시골치고는 아파트가 꽤 많이 들어선 동네였다. 어디 사세요? 라는 질문에 배방역 근처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방배와 착각하고는 좋은 데 사시네요, 라고 했다. 좋습니다. 거긴, 집만 나서면 논이 보이거든요. 언덕길을 따라 올랐다. 아파트보다는 연립주택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동네 구경이라고 해야 특별할 건 없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탐험해 이런 데까지 찾아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배가 출출했던 우리는 노란 차양이..

[빅이슈] 강남을 걷는다, 하늘을 만난다 - no.84 (2014년 5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강남을 걷는다, 하늘을 만난다 글 윤진그림 이솔 * 강남은 낯설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내가 살아온 생활반경은 강북이었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서울을 둘러보기 위해 가는 곳도 주로 강북의 어딘가였다. 어쩌다 한두 번 강남에 가더라도 두더지처럼 지하철역에서 솟아올랐다가 낯선 풍경에 놀라고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쏙 들어가곤 했다. * 졸업을 앞두고 한 방송국 시사교양 PD를 지원한 적이 있다. 2차는 종합상식과 작문시험었다. 작문주제는 주어진 한 문장을 이어 70분간 2페이지를 작성하는 거였다. 나는 그 한 문장을 보고 두더지처럼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강남역 6번 출구를 나섰다." 그렇게 막막한 글쓰기는 처음이었다. * 직장인이 되고, 수원에 살게 된 이후 강남을 지나치거..

[빅이슈] 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no.82 (2014년 4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글 윤진그림 이솔 시간을 전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969년 경복궁 소전시관에서 처음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부터 덕수궁 석조전을 개조해 사용했다. 제대로 된 국립미술관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한 것은 1980년이었다.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부지를 물색했다. 서초동의 정보사령부 자리가 미술관 부지로 적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 후로도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정보사령부는 올해말 안양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에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한 미술관은 과천의 청계산 자락에 지어졌다. 1994년 대공원역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심리적으로는 더욱 멀었다. 시민들을 외..

[과학 책갈피] 코스모스, 칼 세이건

이번화를 그리며 인간은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고, 농작물을 재배하며, 수없이 많은 인위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양은 가축화 이전에 1킬로그램의 거친 털도 만들기 어려웠지만, 1만 년이 지나지 않아 고품질의 고운 털을 10~20킬로그램씩 생산해냅니다.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의 양도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곡식은 낱알이 굵어졌고, 채소나 과일은 열매가 커졌습니다. 인간이 이들의 품종을 개량한 것입니다. 이솔 작가가 이 번 화를 보더니, 에 이런 내용도 담겨 있냐고 묻습니다. 칼 세이건의 는 방대합니다. 책의 첫머리처럼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입니다. 작가는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며,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만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

[빅이슈] 값비싼 우주선의 불시착,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no.81 (2014년 4월 1일)

Travel - 낭랑로드값비싼 우주선의 불시착,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글 윤진그림 이솔 지난 3월 2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Dongdaemun Design Park&Plaza)가 문을 열었다. 동대문 운동장이 있던 자리였다. 동대문 운동장은 1925년 경성운동장으로 시작해 서울운동장 시기를 거쳐 동대문 야구장과 축구장 시절을 마감하고 2008년 철거되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전 고교 야구의 메카였으며, 1982년 3월 한국 프로야구의 첫 개막전이 열렸고, 잠실종합운동장 이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많은 A매치가 있었던 역사는 이제 축구장에서 쓰던 조명탑 2기만을 흔적으로 남겨 놓고 사라졌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개관을 앞두고 설계를 맡은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서울에 ..

[빅이슈] 아름다운 것이 강한 것이다, 수원화성 - no.80 (2014년 3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아름다운 것이 강한 것이다, 수원화성 글 윤진그림 이솔 1번 국도를 따라 수원화성을 지나는 길, 쏠이 묻는다.쏠 : 화성은 얼만해?윤 : 수원보다 커. 쏠 : 수원보다 크다고?윤 : 응쏠 : 진짜? 말도 안돼. 윤 : 지금 수원화성 생각하고 있지?쏠 : 아. 화성시 말한 거였어? 수원에 있는 성이 수원보다 크다면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다. 수원의 배꼽, 화성은 조선 정조 때인 18세기 말에 지어졌다. 수원군이 지금의 수원시와 나머지 지역으로 분리되며, 나머지 지역의 이름은 화성에서 이름을 따 화성군이 되었다. 그러나 화성은 화성에 없고, 수원에 있다. 그래서 성을 수원성이라고도 하고, 수원화성이라고도 한다. 팔달산의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화성은 1794년부터 1796년까지..

윤&쏠의 빅이슈-낭랑로드

[빅이슈] Travel - 낭랑로드 글 윤진그림 이솔 no.70 2013. 10. 15. 북촌, 망각의 도시에 남겨진 조각난 기억 no.71 2013. 11. 01.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 no.72 2013. 11. 15. 혀끝으로 떠나는 이국, 이태원 골목길 no.73 2013. 12. 01. 무계획 달밤 산책, 경리단길 no.74 2013. 12. 15. 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no.75 2014. 01. 01. 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no.76 2014. 01. 15. 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no.77 2014. 02. 01. 문래동 예술창작촌 : 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no.78 2014. 02. 15. 화가를 위한 집, 모두를 위한 미술관 no.79 2014. 03...

[빅이슈] 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 no.75(2014년 1월 1일)

Travel - 낭랑로드언제나 봄봄, 양재 꽃 시장 글 윤진그림 이솔 지난달, 친구의 결혼이 있었다. 10년을 연애한 오래된 커플이었다. 나와 쏠의 결혼파티 사회를 봐준 터라 우리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 재미로 몇 개의 쿠폰을 줬다. 스냅 사진 촬영, 식전 영상 제작, 포토테이블 꾸미기. 사진 찍는 거랑 식전 영상 만드는 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사실 포토테이블은 꾸며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녀석, 덜컥 포토테이블을 부탁한다. 간도 크다. "괜찮겠어?" 다시 묻는 내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쏠은 일주일 동안 틈틈이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물건들을 주문했다. 테이블을 장식할 사진과 액자, 신랑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쓸 사진엽서들. 무엇보다, 결혼 당일날 사야 하는 게 하나 있었다. 꽃이었다. 해가 짧..

[빅이슈] 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 no.74(2013년 12월 15일)

* 표지가 김광석. 멋지다! Travel - 낭랑로드일상에 농담 던지기, 계동길 글 윤진그림 이솔 도시게릴라 : 주로 도시에 침투해 기습과 교란 전술로 공공미술을 남기고 떠나는 예술가들. 그들의 전술은 이른바 '드로우 앤드 런draw and run'. 지형과 지물을 활용한 변칙적인 전술로 도시를 교란시킨다. 도시 전체를 바꿀 힘은 없지만 도시의 틈을 찾아내어 시민들을 교란시키는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교란이다. 발칙하고 기발한 창의력을 무기로 일상을 비틀어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무심히 길을 걷는 사람들을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지난 9월 13일에서 15일, 서울문화재단은 를 진행했다. 서울 5개 지역에서 60여명의 작가들이 150여점의 작품을 몰래 설치했..

[빅이슈] 무계획 달밤 산책, 경리단길 - no.73(2013년 12월 1일)

Travel - 낭랑로드무계획 달밤 산책, 경리단길 글 윤진그림 이솔 요즘 여기저기에서 '핫플레이스'로 소개되곤 하는 경리단길. 길의 이름은 그 시작점에 있는 육군중앙경리단에서 유래했다. 시간이 흘러 육군중앙경리단은 국군재정관리단으로 이름이 바뀌고, 길의 정식 도로명은,'회나무로'로 정해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 길을 경리단길이라 부른다. 그랜드 하야트 호텔이 있는 경리단길 위쪽은 교통이 불편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브런치를 즐기러 나온 인근 고급 주택가의 사모들을 비롯해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녹사평역에서 가까운 경리단길 아래쪽은 '리틀 이태원'이라 불릴만큼, 이태원을 닮았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많아지며, 그들을 상대하는 특색있는 음식점과 카페, 술집, 빵집이 하나, 둘 들..

[인물] 넬슨 만델라, 영원한 잠

난 말을 결코 가볍게 하지 않는다. 27년간의 옥살이가 내게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고독의 침묵을 통해 말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고 말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넬슨 만델라, 2000년 7월 14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난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넬슨 만델라, 1996년 *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인연-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넬슨 만델라와의 첫만남을 이렇게 적고 있다. (2001년) 3월 12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서울에 왔다.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첫 ..

[빅이슈] 북촌, 망각의 도시에 남겨진 조각난 기억 - no.70(2013년 10월 15일)

Travel - 낭랑로드북촌, 망각의 도시에 남겨진 조각난 기억 글 윤진(재능기부)그림 이솔(재능기부) 서울에 남아있는 한옥은 드물다. 수많은 도시들 가운데 서울만큼 유래 깊은 도시는 드물지만, 서울만큼 기억을 잃은 도시도 드물다. 기억상실증을 앓는 환자처럼 서울은 지난 기억을 잃어 버렸다. 하늘을 자르는 스카이라인과 잿빛 안개에 휩싸인 도시, 서울은 릴케가 읊었던 '고향도 어머니도 없는'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육백년의 도읍지, 서울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파편처럼 남겨진 기억과 마주한다. 궁궐과 4대문 같은 건축물과, 근대 건축, 1만 3천호 남아있는 한옥이다. 서울에 있는 340만호의 주택 가운데 0.4%도 되지 않은 한옥은 옛 한양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한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에는..

DAUM 스토리볼 연재 시작

[DAUM 스토리볼 연재] 안녕하세요.윤과 쏠이 DAUM 스토리볼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2013년 10월 10일 목요일에 시작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20화 연재됩니다. http://storyball.daum.net/story/71스토리볼은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출퇴근 직장인을 겨냥해 모바일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C에서도 접속이 가능하지만 화면 사이즈가 달라 어색하실 겁니다. ^^ 제목 : 다음 스토리볼 제작진에서 지어준 이름입니다.저희가 미얀마에 있는 사이 첫 화가 연재되었습니다. 1화. 문래동, 2013년 10월 10일10월 10일에 처음 연재된 1화는 문래역 근처의 문래동 예술 창작촌입니다.DAUM 모바일 메인 페이지에 스토리볼이 있어 3번째 화면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쏠스케치의 첫 데뷔 : 론리플래닛매거진

낭가네 의 첫 데뷔론리플래닛 매거진 9월호 독자엽서 코너 △ 2013년 9월호 론리플래닛 매거진 회색 플랫폼의 붉은 러시아 처음, 쏠스케치#2를 보냈는데 덜컥 당첨이 됐습니다.매거진 양면에 실으려는데 사이즈가 작다는 연락이 와서, 쏠이 다시 그렸습니다.해서, 처음 그렸던 작품보다 더 깔끔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