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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 - no.71(2013년 11월 1일)

윤진 2013. 11. 28. 19:00




Travel - 낭랑로드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


 윤진(재능기부)

그림 이솔(재능기부)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 인접한 마을이 있다. 이화동과 충신동, 사람들에겐 이화 벽화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대학로가 청춘의 상징이라면, 이곳은 노후화로 재개발을 앞둔 곳이었다. 2006년 Art in City 프로젝트로 낙산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조각이 설치됐다.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촬영하고 예능팀이 다녀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인기가 많은 벽화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주민들은 당황했고, 불평하기도 했다.

"외지인들이 너무 많아졌다.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거리에 쓰레기가 많아졌다..."

그러다 결국, 벽화 하나가 지워졌다.


윤: 이 마을에 날개 벽화가 있었는데, 지워졌어.

쏠: 왜?

윤: 사람들이 몰려들어 웃고 떠들고. 심지어 옷 벗고 사진찍는 애들도 있었대.

쏠: 내가 주민이었으면 멘붕왔을 거 같아.

윤: 그림이 낡아 다시 그리기까지 했는데, 작가 본인 손으로 3일만에 지워야 했대.

쏠: 아쉽다. 우리집에 그려주면 좋겠다.


뉴타운도 언젠가는 낡은 마을이 된다. 낡은 마을이 되면 주민들은 또 다른 뉴타운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오래된 마을, 정든 동네가 드물다.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기 힘들다. 올해 이화마을은 뉴타운이 되길 포기했다. 재개발을 취소하고 마을 재생으로 방향을 돌렸다. 마을은 여전히 낡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시간은 흐르고, 벽화는 마을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방문객들도 예전만큼 많지는 않는다. 날개 잃은 상처는 아물고, 다른 날개가 그려졌다. 골목길을 걷는다. 벽화 하나로 마을의 풍경이 달라진다.


마을 계단, 가을꽃이 활짝 피었다. 보는 마음에도 꽃이 핀다. 오래된 벽화다. 골목 하나, 벽화 하나에 이곳을 지난 이들의 추억이 더해진다. 한쪽 귀에 이어폰이 꽂히고, 음악이 들려온다. 쏠이 선곡한 BGM이다.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가 들려온다. 계단길에 우리의 시간도 한 조각 얹어둔다. 시간이 지나도,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