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합니다/이탈리아 산책

이탈리아 산책. 마르타의 집

윤진 2014. 6. 24. 22:54


이름만 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는 전혀 무관한 공항을 떠나 테르미니 역으로 갔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Giulio agricola 역 근처에 있는 B&B(Bed&Breakfast의 약자로, 민박 개념의 숙소)를 찾아갔다. 집은 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찾지 못해 해맸다. 처음 찾아갔던 곳이 맞았다. 그런데 '마르타Marta' 이름을 찾지 못해 길 건너 건물을 뒤지고, 또 그 옆 건물들을 뒤지다 두 번이나 길을 묻고(그들도 틀렸다!) 겨우 돌아왔다. 초인종 옆에 붙은 이름들을 들여다보니, 그제야 '마르타'의 이름이 보였다.



로마 <Giulio Agricola> 역



밤 11시, 우리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잠을 자고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을 누르며(여기가 맞을까 하는 걱정도 남아 있었다), 벨을 눌렀다. 다행히 마르타가 문을 열어주었다. 집에는 마르타와 남자, 어린 딸이 있었다. 늦었고, 피곤했다. 마르타도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일찍 자야했다. 그녀는 우리가 묵을 방을 알려주고 방으로 갔다. 남자는 모카 포트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열지도 못했다.) 그는 가스 불 켜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이것도 다음날 켜지 못했다) 화장실에는 변기 옆에 유럽식 비데가 있었는데,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가장 궁금했는데..) 



마르타 가족과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와 쏠이 다음날 새벽에 나가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 며칠 뒤에나 돌아온다는 메시지 한 장을 남겨두고 부모님 댁으로 떠났다. 집은 텅 비었고, 나와 쏠만 남았다. 그들은 우리가 떠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로마에 머무는 내내 모카 포트를 열지 못했고, 가스 불을 켜지 못했다.




<마르타의 집>




<마르타의 화장실에는 Lush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