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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네. 모스크바 이야기. 8 첫날밤

윤진 2013. 7. 21. 15:10


8

우리가 싸운 이유 : 신혼여행 첫 날 밤 숙소가 트윈 베드였기 때문. 오마이갓.

"남편, 그러니까 내가 첫날밤은 호텔에서 묵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이거 저 혼자 고른 곳이 아닙니다. 분명 같이 보고, 괜찮다고 해서 예약한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경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러시아인 체형에 전혀 맞지 않을 거 같은 폭 1미터 미만의 싱글 침대 두 개. 싸구려에다 체중이 실릴 때마다 스프링이 삐걱댔다. 작동이 의심스러운 구식 컴퓨터 한 대와 CCTV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조그만 TV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숙소가 요모양 요꼴이니. 솔직히 나도 많이 당황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둘째날 밤은 기차 침대칸이었다. 그것도 6인실. 그야말로 오마이갓. 여기저기서 소리지르는 여자분들의 목소리, 나도 들린다. 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횡단열차를 타는 건 쌤의 로망이었다. 


밤열차를 타고 난 다음날 쌤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해보지 못한 후회가 말끔히 사라졌다."

열차에서의 밤은, 하루면 족했다. 로망은 역시, 깨지라고 있는거다. 


이말을 들은 쌤은 격분해 소리쳤다.

"로망은 깨지라고 있는 게 아니라 실현하라고 있는 거라고!"




△ 모스크바의 숙소의 조그마한 싱글 베드.




△ 모스크바의 숙소 내부 모습. 




△ 뻬쩨르부르그의 모스크바 역. 왼쪽 열차가 우리가 타고 온 열차다. 





+ 낭랑한 낭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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