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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네. 모스크바 이야기. 5 러시아 항공

윤진 2013. 7. 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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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큰일 났습니다. 러시아 항공 사고 발생률이 높다고 합니다. 착륙하면 사람들이 살았다는 의미로 박수를 친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우리 신혼여행에서 불귀의 객이 되면 어떡합니까."


쌤은 걱정이 많다. 그러나 항공 사고에 있어서 만큼은 대인배다. 

"어쩌겠습니까. 항공 사고로 죽을 운명이면 비행기 안타도 교통사고로 죽을 겁니다. 사실, 교통사고 사망률이 훨씬 높지 않습니까."


쿨하다. 그냥 간다. 그런데 알고보면, 러시아 항공, 사실 좀 억울하다. 사고는 국내선에서 많이 발생한다. 러시아에 난립한 130개의 군소 항공사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거지, 국외로 운항하는 대형 항공사의 안전등급은 일본항공이나 아메리칸 항공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오해하고, 도착하면 살았다고 박수를 치니. 


그런데 박수치는 관습을 한국사람들은 모른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모스크바에 도착할 땐 아무도 박수치지 않았다. 승객 90%가 한국사람이었다. 모스크바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1주일 뒤 모스크바에서 이스탄불로 갈 땐 한국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했을 땐 박수가 쏟아졌다. 마치 한 편의 공연이 끝난 것처럼. 


다시 돌아갈 땐 어땠을까. 똑같았다. 이스탄불에서 모스크바로 갈 땐, 박수가 쏟아졌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땐 박수가 없었다. 아, 몇 명 되지 않은 사람이 치긴 했다. 그리고 난 한 아저씨의 중얼거림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박수를 외치는거야."




△ 러시아에서는 주황색 티슈가 많았다. 기내에서 주는 티슈도 주황색이었다.




△ 이스탄불 공항에서는 게이트에서 버스를 타고 가 계단으로 올라갔다.




△ 러시아 항공 아에로 플로트의 마지막 비행





+ 낭랑한 낭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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