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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값비싼 우주선의 불시착,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no.81 (2014년 4월 1일)

윤진 2014. 9. 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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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우주선의 불시착,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윤진

그림 이솔



지난 3월 21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Dongdaemun Design Park&Plaza)가 문을 열었다. 동대문 운동장이 있던 자리였다. 동대문 운동장은 1925년 경성운동장으로 시작해 서울운동장 시기를 거쳐 동대문 야구장과 축구장 시절을 마감하고 2008년 철거되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전 고교 야구의 메카였으며, 1982년 3월 한국 프로야구의 첫 개막전이 열렸고, 잠실종합운동장 이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많은 A매치가 있었던 역사는 이제 축구장에서 쓰던 조명탑 2기만을 흔적으로 남겨 놓고 사라졌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개관을 앞두고 설계를 맡은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서울에 들어왔다. 직접적인 비판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동대문 운동장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지역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디자인적인 요소에만 치중한 건축물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녀는 독창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유려한 곡선과 비정형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만들어 왔으며, 주변 경관을 앞도하는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온 건축가였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그녀는 건축가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녀가 해오던 방식대로 건축 설계를 했다. 그녀는 DDP를 설계하는 동안 서울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건축물은 사막이든 도시든 어디에 들어서도 '자하 하디드' 브랜드를 단 건축이었다. 그런 그녀의 설계를 선정한 것은 서울시였다. 보다 정확히 하자면, 서울시에서 선정한 외국 심사위원이었다.


자하 하디드로서는 뒤늦은 논란이었다. 그래서 일각에선 외국 명품을 쇼핑해 들여와 놓고 이제와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이라도 한다. DDP는 이 모든 논란 속에서 완공되었고, 이제 운영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DDP의 건축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고 한다. 건축물 내부를 기획하고 컨텐츠를 채우는 것은 서울시의 몫이 될 것이었다.


쏠 : 건물이 우주선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이거 자하 하디드가 끄적거린 것 중에 하나 던져준 거 아냐?

윤 : 왜, 그녀의 다른 건축물들과 이미지가 비슷해서?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정형 건축물인데.

쏠 : 그렇군. 그런데 나중에 DDP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궁금하다. 파리 에펠탑처럼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나중엔 대부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

윤 : 나는 에펠탑 지금도 싫은데? 농담이야. 농담. 지금 화내려고 했지? 에펠탑에 감정이입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