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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문래동 예술창작촌 : 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 no.77 (2014년 2월 1일)

윤진 2014. 6. 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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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예술창작촌

마을, 이야기 그리고 예술


윤진

그림 이솔




나와 쏠이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알게 된 건 제천의 ‘대전리’라는 조그만 마을에 있는 한 폐교에서였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서 30분을 걸어 다닌 적이 있는 학교였다. 교문에는 학교 이름 같지 않은 이름이 ‘그려져’ 있었다. '마을이야기학교’ 무얼 하는 공간인지 궁금해 들어갔다. 농활을 나온 것처럼 푸근하면서도 느긋한 분위기의 청년들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는 도시의 젊은 예술가들이 내려와 살며 예술 창작을 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마을 그림으로 달력을 만들고 마을영화제를 열었다. 교실과 복도에는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만든 온갖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이야기를 만드는 학교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일상으로 예술이 스며들어 있었다.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지 궁금해졌다.

 

청년 :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예요. 예마네라고 해요.

윤 : 사무실은 어디에 있어요?

청년 : 서울 문래동에 있어요. 공장들이 들어선 곳인데, 지금은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어요.

 

몇 년 전 인상 깊게 봤던 베이징 798 예술구가 떠올랐다. 무기 공장들이 베이징 외곽으로 옮겨지고 남은 공간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예술 공간을 형성했다. 지금은 하루 수천 명이 방문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 홍대와 가까우면서도, 공장지대라 임대료가 저렴하고 작업실을 꾸미기 좋았다. 10여 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창작촌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와 쏠은 문래동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공장들은 가동을 멈추고, 철문은 사늘하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둘러보기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닫힌 철문 가득히 그라피티들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예술창작촌을 둘러보다 건물 한편에 있는 예마네 사무실을 찾았다. 두메산골에 있는 ‘마을이야기학교’와 서울 도심의 공장지대에 위치한 ‘예마네’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보였다. 게다가 주말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윤 : 아무도 없다.

쏠 : 괜찮아. ‘마을이야기학교’는 없어도, 여긴 전체가 '이야기 마을' 같아. 마을 곳곳, 공장과 예술이 만나 서로 수런거리는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