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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 no.76 (2014년 1월 15일)

윤진 2014. 5. 14. 20:37




Travel- 낭랑로드

슬라이딩 도어즈, 서울역


윤진

그림 이솔




* <슬라이딩 도어즈> : 지하철을 타느냐, 타지 못하느냐로 달라진 인생을 그리는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경부선, 경의선, KTX,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 역사 앞 버스환승센터까지, 수많은 육상 교통 수단의 기점이자 종점인 서울역.

몇 년 전 서울과 충남 아산을 오가던 때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 8시, 서울역을 출발해 천안아산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출발이 조금 늦었고, 바로 앞에서 2호선 지하철을 놓쳤다. 시작이 좋지 않았다. 시청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할 때도 서둘렀지만 내 앞에서 스크린도어가 닫혔다. 다음 지하철은 3정거장이나 뒤에 있었다. 머릿속엔 온통 탈 수 있을까? 탈 수 없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지하철 서울역에 내렸을 때는 7시 56분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4분.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달렸다. 7시 58분 30초에 티켓을 샀다. 열차표를 들고 KTX 플랫폼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슬아슬하게 KTX에 올라 시계를 보니, 8시 정각이었다. 열차 문이 닫혔다.


쏠 : 그래서 이야기의 요점이 뭔가요? 올 한해 아둥바둥 살아보자는 건가요?

윤 : 더 들어봐요. 


KTX는 8시 37분,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다시 전철로 갈아 타고 배방역으로 가야 했다. 청량리에서부터 오는 전철은 연착이 잦았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일분도 늦지 않았다. 내가 환승하기 위해 갔을 땐 전철이 막 떠나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전철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음 전철이 오는 시간을 봤다. 9시 20분. 40분이나 뒤에 있었다. KTX 8시 40분 열차를 타고 와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그렇게 달릴 필요도 없었고, 티켓을 사고 열차를 타기 위해 조급해 할 이유도 없었다.

 

윤 : 웃기지. 서울역에서 KTX에 아슬아슬하게 탔을 때만 해도, 서두르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니. 늘 서두르며 사는데 지나고보면 조급할 이유가 없을 때도 많은 것 같더라고. 

쏠 : 응. 하지만 처음부터 뒷 열차를 탔으면, 앞 열차를 놓쳐 집에 늦게 가게 됐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혹은 처음부터 뒷 열차를 탈 생각이었다면, 그만큼 늦게 출발해 또 아슬아슬 갔을 테고. 

윤 : 뭐야 그게. 결국 난, 결과를 모르니 죽어라 뛸 수 밖에 없다는 거네?

쏠 :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