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4

이탈리아 산책. 괴테는 로마를 사랑했다

괴테는 로마를 사랑했다. 그는 로마에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로마를 더욱 알고 싶어 했다. "바다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깊어지는데, 이 도시의 구경도 그것과 같다.", "그것에 통달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린다. 대충대충 보고 떠나가는 여행자를 보면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다." 대충대충 보고 떠나가는 여행자라... 우리는 로마를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빌 브라이슨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끝없이 습하기만 한 북유럽 하늘 밑에 한 달 가까이 있다 보니 햇살이 너무도 그리워" 로마에 갔다. 그에게 로마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이나 멋진 곳"이었고, "따뜻하고 해가 잘 들고 느긋하고 활기차며 맛난 음식과 값싼 술"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그리고 걷고 또 걸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그저 걷고 ..

이탈리아 산책. 마르타의 집

이름만 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는 전혀 무관한 공항을 떠나 테르미니 역으로 갔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Giulio agricola 역 근처에 있는 B&B(Bed&Breakfast의 약자로, 민박 개념의 숙소)를 찾아갔다. 집은 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찾지 못해 해맸다. 처음 찾아갔던 곳이 맞았다. 그런데 '마르타Marta' 이름을 찾지 못해 길 건너 건물을 뒤지고, 또 그 옆 건물들을 뒤지다 두 번이나 길을 묻고(그들도 틀렸다!) 겨우 돌아왔다. 초인종 옆에 붙은 이름들을 들여다보니, 그제야 '마르타'의 이름이 보였다. 로마 역 밤 11시, 우리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잠을 자고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을 누르며(여기가 맞을까 하는 걱정도 남아 있었다), 벨을 눌렀다. 다행히 마르타가 문을 열어주..

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낭랑로드] 이탈리아 산책- 로마로 가는 비행기 - 글 윤울그림 이솔 로마로 가는 비행기, 내 옆 좌석에 한 남자가 앉았다. (고도 비만이었다) 그의 부푼 몸이 내게 닿을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남들 허벅지만한 발을, 아니 팔을 왼쪽과 오른쪽 팔걸이에 하나씩 툭, 툭 걸더니 이내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잠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고막을 잠시 마비시키고 싶었다. 중국 사람 같았는데, 책꽂이에는 한국 신문이 꽂혀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빵이 나오자 잠깐 깬 그는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빵을 먹어 치웠다. 다 먹어치우고나자 의자 깊숙이 등을 묻더니,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뒷좌석에서도 나의 청각 세포를 괴롭히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