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사용한 지 30년도 넘은 기기의 성능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검사 항목은 다양했습니다. 높이와 무게, 내부 압력을 재고, 엑스선으로 뼈대를 훑었습니다. 주사 바늘을 사용해 내부 액체를 뽑고, 초음파 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크게 고장난 부품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이상만 없다면 몇 십 년 더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다만 하루하루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면이 아니라 일반으로 선택했습니다. 검사실 앞에 차트를 올려놓고 기다리자 간호사가 와서 물었습니다. "이거 드셨어요?" "아니요." "드시고 기다리세요."장내기포 제거액을 마셨습니다. 목이 마비되더군요. 침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참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