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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광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 no.90 (2014년 8월 15일)

윤진 2015. 4. 25. 13:42




Travel - 낭랑로드

광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윤진

그림 이솔



세종로(* 지금은 광화문에서 광화문역까지의 세종로와 광화문역에서 서울역까지의 태평로를 합친 2.1킬로미터 구간을 세종대로라 부른다)는 조선시대와 대한민국을 통틀어 가장 넓은 길이다.


쏠 : 얼마길래?

윤 : 100미터나 된대.

쏠 : 흐아, 넓긴 넓다. 거기에선 도로를 가로질러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거네.


새로운 왕조가 시작하며 서울에 경복궁을 짓고 광화문 남쪽으로 대로를 조성한 것이 그 시작이다. 길 좌우로 의정부(오늘날 국무회의 역할)와 삼군부(군사 업무 최고 기관), 육조(오늘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과 같은 역할을 하던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의 주요 관아가 있어 '육조거리'라 불리다 1936년 일제 때에 그 이름을 '광화문통'으로 하고 폭을 53미터로 크게 축소했다.


쏠 : 근데 지금은 왜 이름이 '세종로'가 되었지?

윤 : 해방되고 나서, 거기가 경복궁 앞이고, 세종이 태어난 곳(오늘날 통인동)과 가깝다는 이유로 바꾸었대. 그리고 6.25 전쟁이 끝나고 복구를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이 수립되면서 100미터로 다시 확장되었대.


오늘날의 세종로는 예전과 같은 권세를 누리지는 못하지만(세종로의 기점과 종점 사이 어디에도 면하지 않은 이상한 1번지 청와대는 차치하고) 경복궁과 정부청사, 세종문화회관, 역사박물관, 주한미국대사관, 교보, KT와 같은 주요한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2009년 왕복 20차선이던 광활한 거리를 왕복 12차선으로 줄이고, 도로 중앙에 광장을 만들었다. 광장은 흐르는 차들에 의해 접근이 차단된 섬 같았다. 물때시간을 기다려 바닷길을 건너는 것처럼 초록불이 들어와 육로가 열리면 사람들은 고립된 섬을 드나들었다. 광장에는 두 동상이 있는데, 하나는 광장 조성과 함께 만들어졌으며, 세종로라는 이름에 너무나도 정직하게 부합하는 '세종대왕 동상'이고, 다른 하나는 1968년 차도 한복판에 세워져 갖은 고초를 겪다 2010년 재활치료를 받고 다시 재기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은 별개로 하고 무인을 세종로에 세운 군사정권의 뻔한 속셈과 함께 동상이 앉고 있는 수많은 고증 오류들로 인해 끊임없이 이전이 논의되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굳건히 서있다. 이순신 장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전쟁은 도처에 있고, 불합리한 세상과 맞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순신 장군과 함께 이곳에서 맞서야 할 일이 있는 듯했다.








* 지난번의 교훈을 잊고 또 가운데 그렸다. 약간 빗나갔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