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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사이언스] 과학에 대해 궁금한 것들

윤진 2022. 9. 26. 23:18

 

들어가며

과학은 궁금한 것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인터스텔라를 보고 왔다면 "왜 시간이 달라지지?" 라거나 "블랙홀이 뭐지?" 하고 묻게 된다. 하나의 질문에 답을 하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과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글은 그런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빅히스토리

 

138억년 전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

46억년 전 태양과 지구가 탄생했다.

38억년 전 생명이 탄생했다.

20만년 전 현생 인류가 출현했다.

1만년 전 문명이 시작되었다.

 

이솔 그림

 

 

 

인간이 문자를 갖고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천년에 불과하다. 빅뱅부터 인류 문명 전까지를 다룬다면 사실 그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이 쓴 과학책의 제목이기도 하다)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우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주가 탄생하고, 태양과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생명이 시작되었다. 38억년이 지나고 사람들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태양과 별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했다.

코페르니쿠스 이후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성과 행성을 구분하고 태양과 같은 항성이 얼마나 많은지, 우주에 은하계가 또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궁금해 한다. 우주는 변하지 않을까? 아니면 작아지고 있을까? 아니면... 팽창하고 있을까? 팽창하고 있다. 팽창한다면 그 속도는 일정할까? 점점 느려지고 있을까? 아니면 점점 빨라지고 있을까?점점 빨라지고 있다. (가속팽창이라고 한다)

우주의 크기는 유한할까? 무한할까? 글쎄.. 아직 모른다. 우주는 하나일까? (유니버스, 유니-하나의) 여러 개일까? (멀티버스, 멀티-여럿의) 이것도, 아직 모른다.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지평은 엄청나게 넓어져왔다. 이처럼 거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라는 조그만 행성의 한 인간이 우주를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관련 만화 : 아날로그사이언스 5화

 
 
관측만으로는 유한-무한을 가려낼 수 없지만,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대체로 우주가 무한하다는 가정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우주가 무한하다는 오래된 관념이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유한 비디오스크린에 관심을 덜 둔 탓도 있고, 결정적인 이유는 유한한 우주가 수학적으로 훨씬 다루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이솔 그림

 
 
 
시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한 수화 김환기의 그림

 

 
우주의 나이를 어떻게 알까?

 

한 사람은 고작 100년을 산다. 우리는 불과 몇 십년 전 일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까마득한 우주의 과거를 알 수 있을까? 우주는 몇 살일까?

138억살
2013년, 1억살이 늘었다.

2003년 미국 나사(NASA) WMAP 탐사기가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한 결과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이었다. 그 전까진 대략 150억년으로 잡았다. 

2013년 3월, 유럽 우주국(ESA), 2009년에 쏘아올린 플랑크 망원경으로 보다 정밀하게 다시 측정한 결과 (5천만 픽셀이다) 우주의 나이가 8천만년이 늘었다. 

그래서 138억년

근데 망원경으로 무얼 본 걸까?
그 망원경으로는 138억년 전 우주가 보이나?

그렇다. 정말?

 

 

COBE가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2001년에 쏘아올린 WMAP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Wil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윌킨슨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탐사 위성

 

 

 

 
플랑크 위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우주배경복사(CMB) 지도, 출처 : ESA, Planck Collaboration

 

얼마나 중요했으면 이렇게 여러차례 위성을 띄워 관찰했을까. 게다가 코비의 우주배경복사 연구는 2006년 노벨상을 받기까지 했다. 

이들이 촬영한 화면은 바로, 망원경으로 관측한 빅뱅 직후 우주의 모습이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주가 만들어진 후(ATB, After Bigbang) 38만년이 지난 모습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ATB 38만년에 만들어진 빛이 떠도는 모습이다. 38만년 이전에는 우주가 불투명한 상태(플라즈마)여서 빛이 투과하지 못했다. 38만년 이후부터 짙은 안개가 걷히며 빛이 투과되기 시작했다. 
 
우주는 계속 팽창했지만, 그때 만들어진 빛은 138억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절대온도 0k에 가까이 식은 채로 우주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우주배경복사다.

 

우주배경복사 신상정보 : 4080MHz대의 초단파, 파장은 7cm, 온도는 약 2.74k(섭씨온도 -270.41도) 
참고로, 절대온도 0k는 섭씨온도 -273.15도와 같다. 영하 273.15도이다.

 
 
코비 위성은 지구 근처에서 위성 궤도를 돌았으므로 지상보다는 관측 상황이 훨씬 좋았지만, 여전히 태양, 지구, 달이 뿜어내는 적외선과 전파의 방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인류는 WMAP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면서도 역학적으로 안정된 위치인 태양-지구 중력계의 라그랑주 2(Lagrange 2, L2) 지점으로 보냈다. 그러니까 태양광 지구를 연결하는 선 위에서 지구로부터 150만 킬로미터 떨어진 이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인력과 태양을 공전하는 WMAP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 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우주 공간이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빅뱅 이후의 연대기

 

빅뱅의 순간 우주의 크기는 0이었다. 온도는 무한히 높았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복사 온도가 내려갔다.
빅뱅 1초 후, 온도는 100억 정도 되었을 것이다. 이 온도는 태양 중심부 온도의 1,000배 정도이다. 그러나 수소폭탄의 폭발로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온도다. 

"이 시기에 우주는 거의 대부분 광자, 전자, 중성미자(neutrino : 약한 핵력과 중력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극히 가벼운 입자)와 그들의 반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고, 약간의 중성자와 양성자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빅뱅 100초 후, 우주의 온도는 10억 도로 내려갈 것이다. 이 온도는 가장 뜨거운 별의 내부 온도에 해당한다. 

"이 온도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 이상 강한 핵력의 인력을 벗어날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중성자와 양성자는 하나로 결합해서 중수소(무거운 수소)의 원자핵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그 원자핵은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중성자를 가진다. 그런 다음 중수소의 원자핵은 더 많은 양성자 및 중성자와 결합해서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를 가진 헬륨의 원자핵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리튬과 베릴륨과 같은 몇 개의 무거운 원소들이 적은 양 생성된다."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우주배경복사를 어떻게 찾았을까?


1965년, 미국 뉴저지주의 홈델
벨 연구소 소유의 대형 통신 안테나
아르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잡음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 도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거지?
- 미치겠군.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들려. 게다가 한 곳에서 들려오는 것도 아니야. 모든 곳에서 똑같이 들려와.
- 우리가 안해 본 게 있나?
- 글쎄. 모든 전기 회로를 점검했고, 혹시 몰라 구부러진 전깃줄을 펴고, 플라그에 붙은 먼지까지 떼었지. 또, 나사못이 혹시 문제일까봐 절연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고, 새똥도 치워봤잖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 한 번 프린스턴 대학교에 연락해볼까?

50킬로미터 떨어진, 프린스턴 대학교, 로버트 디키
디키 : 가모프의 계산대로라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야. 우주를 가로질러 오느라 마이크로파가 되어 도착할 거라고 했어.
대학원생 : 정말? 조지 가모프의 말이 맞을까요? 우주에 대폭발이 있었고, 그 증거로 우주배경복사가 있을 거란 주장이?
디키 : 가모프가 40년대에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그걸 입증할 만한 결과가 없지. 우리가 찾는다면 세기의 발견이 될 거야.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경악, 환호, 실망, 착잡함...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디키가 걸어온다. 그가 학생들에게 말한다.

“여보게들, 모든 게 끝나버렸다네.”

<천체물리학 저널>에 두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자신들이 경험한 잡음을 설명하는 펜이저스와 윌슨의 논문과 그 정체를 규명하는 디키 연구진의 논문이었다.

1978년, 펜지어스와 윌슨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우주배경복사를 찾고 있지도 않았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자신들이 찾은 것을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위대한 발견을 했다.

 
 
텔레비전 노이즈

 


이 가운데 약 1퍼센트는 지금으로부터 138억년 전에 있던 대폭발의 잔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응? 이게 우주의 탄생 모습이라고?”


한편 우리도 우주 배경 복사 때문에 생기는 잡음을 언제나 경험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이 없는 채널에서 보이는 무질서하게 물결치는 무늬 중에서 약 1퍼센트 정도는 오래 전에 일어났던 대폭발의 잔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다음에 그런 화면을 보면 우주의 탄생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독자의 텔레비전 수신기 잡음의 1퍼센트 정도는 우주 배경 복사의 광자가 만든 것이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우주배경복사를 어떻게 찾았을까? 다른 버전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는 우주배경복사를 찾는 과정이 극적이긴 한데, 다른 책들이랑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이를 테면, 브라이언 그린(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이다)의 <멀티 유니버스> 

첫 번째, 프린스턴의 물리학자 로버트 디키와 짐 피블스는 가모프의 주장을 전혀 알지 못했다. 1960년대 초, 그들은 가모프와 비슷한 논리를 거쳐 빅뱅의 유산인 배경복사가 우주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940년대 가모프는 알파-베타-감마 이론을 발표하고 천문학자들이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해 주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디키가 가모프와 달랐던 점은, 그는 실험물리학자였기에 관측을 해달라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가 직접 관측하면 됐다.

두 번째, 디키는 관측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디키는 자신의 제자였던 데이비드 윌킨슨과 피터 롤의 도움을 받아 관측 장비를 설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관측을 시도하기 전에 전화 한통을 받게 됐다.

세 번째, 펜지어스와 윌슨은 자신들이 찾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전화했다. 

그 시작은 1965년 2월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학회였다. 이 자리에서 피블스가 강연했다. 카네기 라디오연구소의 천문학자 케니스 터너는 피블스의 연구결과를 MIT 버나크 버크에게 들려주었고, 버크는 다시 가까운 사이였던 벨 연구소의 펜지어스에게 그 내용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펜지어스와 윌슨이 안테나에서 들려오던 잡음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된 거였다.

그들은 디키에게 전화를 걸어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빅뱅의 흔적을 잡았다”

네 번째, 누구도 가모프의 논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두 연구팀은 상호 협의 하에 각자의 연구결과를 <애스트로피지컬 저널>에 동시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가모프의 논문을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 가모프와 알퍼, 그리고 허먼은 수년간 자신들의 업적을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썼다. 그 일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은 대부분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조지 가모프는 어떤 사람일까?
 

빅뱅이론을 주장했던 조지 가모프. 그는 키가 거의 190cm에 달하는 거구였다.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농담을 좋아했다. 러시아 태생이었던 그는 1932년 아내와 함께 소련연방을 탈출하려 했다. 초콜릿과 브랜디를 잔뜩 실은 카약을 타고 흑해를 건너려고 했으나 하필 역풍이 부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다. 그곳에서 기관원들과 마주쳤다.

조지 가모프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둘러댔다.
“과학실험을 하는 중이었는데 바람 때문에 실패했다”

그는 다시 1940년대에 육로를 이용해 탈출에 성공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워싱턴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쓴 책으로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가 있다. 상대성이론이랑 양자론에 관한 내용인데 조금 특이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물리를 설명하고 있다. 책 안에 있는 그림들은 그가 직접 그렸다. 심지어 노래도 있는데, 그건 그의 부인이 작곡했다.
 
그가 쓴 책들은 그런 것들이 많다. 이 책은 <신비한 나라의 탐킨스 씨>, <탐킨스 씨, 원자를 탐구하다> 두 권을 묶은 책이다. 탐킨스가 누구길래?
 
소설 속 주인공이다. C.G.H. 탐킨스. C는 광속, G는 중력상수, H는 플랑크 상수의 약자다. 그는 빅뱅이론도 '알파-베타-감마 이론'으로 발표했다. 그리스어 ABC에 해당하는 알파-베타-감마와 발음을 맞추기 위해 알퍼와 함께 쓴 논문을 발표하면서 저자 이름에 친구, 베데를 추가해 ‘알퍼-베데-가모프’라고 썼다.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알파-베타-감마 이론은 왜 빅뱅 이론이 되었을까?

1949년 BBCE 방송국, 프레드 호일과 조지 가모프가 토론을 벌였다. 
 
호일 : 당신의 주장에 의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까마득한 과거의 한 순간에 펑(big bang)하고 생성되었겠군요.

호일이 빈정댔다. 그 후 대폭발 이론은 ‘빅뱅 씨어리big bang theory'로 불리게 됐다. 놀리려고 한 게 진짜 이름이 된 거였다.
 
호일 : 이론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었습니다. 내가 그 이론을 ‘빅뱅’이라 한 것은 좀 더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였습니다.

빅뱅이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론을 반대하던 사람이 빈정대듯 지은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1993년 8월,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 잡지사는 빅뱅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명칭을 공모했다. 3만 여개의 이름이 응모되었으나, 빅뱅보다 나은 이름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빅뱅이론이다.

프레드 호일은 그 후에도 잘 나갔다.

1950년 BBCE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과학을 주제로 라디오 강연을 방송했다. 그런데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과학자가 개인사정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방송사는 급히 대타를 찾았다.

- 프레드 호일 어떨까요? 예전에 TV 토론에도 나온 적 있는데요.
- 그래? 한 번 연락해봐.
- 좋답니다!

방송사 직원은 자료실에 있던 호일의 신상명세서를 보다가 전임자가 적어놓은 문구를 발견했다.
“이 사람은 절대 쓰지 말 것!” 그러나 이미 늦었다. '모르겠다. 가보자.'

프로그램은 엄청나게 성공했다. 호일은 명예롭게 2001년까지 살았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는 동안 빅뱅이론이 지배적인 이론이 되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1965년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은 빅뱅이론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그것을 찾은 벨 연구소의 펜지어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론을 제시했던 조지 가모프 역시 받아야 했지만, 그는 받을 수 없었다. 그는 1968년에 죽었다. 

 
 

빅뱅이론이 공격받은 이유


빅뱅이론이 공격 받을 때,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빅뱅 이론으로는 세상의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우주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들은 빅뱅의 순간에 만들어졌다. 수소, 헬륨, 그리고 소량의 리튬 원자핵. 원자번호 1번과 2번, 3번이다. 빅뱅의 순간에 무거운 원소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3개의 원소 말고도 다른 원소들이 많다.

지구에는 철(원자번호 26번)이 많고, 우리 몸은 탄소(원자번호 6번)를 기반으로 한다. 심지어, 원자폭탄의 원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원자번호 92번이다. 

그럼 무거운 원소들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그것들은 빅뱅의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태양과 같은 별에서 만들어졌다. 별은 대부분 수소로 구성된 기체 덩어리다. 모여든 기체가 중력의 힘으로 수축하면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수소와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별이 수소 원료를 다 태워 핵융합 반응이 멈추면, 바깥으로 팽창하던 힘을 잃고 수축한다. 수축하며 내부의 온도가 높아지고, 헬륨들이 핵융합 한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다 철에 이른다. 철은 가장 안정된 결합 형태라 더 이상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금방 분해되어 가벼운 원소로 바뀐다. 이윽고 핵융합을 마친 별이 붕괴한다. 

별이 붕괴하면, 별의 중심으로 물질들이 모여들고 어느 순간 대폭발이 일어난다. 이 순간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이다. 지구에서 보면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보이기 때문에 초신성, 새로운 별 이지만, 실은 '죽어가는 별'이다. 찬란한 죽음이다.

초신성은 폭발하며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낸다. 철부터 우라늄까지의 모든 무거운 원소들을 만든다. 그리고 그 원소들은 새로운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의 재료가 된다.
(별은 어떻게 죽을까 항목 참조)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빅뱅이라는 우주의 시작이 있었다면, 빅뱅 전에는 무엇이 있을까? 왜 대폭발이 일어났을까? 우주가 탄생하며 시간도 시작되었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그 앞이라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의미의 원인은 존재할 수 없다. (마지막 3분, 풀 데이비스)

세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이라는 개념은 없다. 왜냐하면 시간 그 자체도 우주 탄생의 산물 중 하나일테니까.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밤하늘은 왜 어두울까?

 

우주가 무한하다면 지구는 별 빛으로 환해야 한다. 우주에는 별이 비슷한 밀도로 끝없이 있을 거다. 가까운 별은 밝지만 적고, 먼 별은 적지만 많다. 지구에서의 거리에 따라 별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이는 지구에서 별까지의 거리가 2배 멀어지면 별의 밝기는 1/4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별의 수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는다. 즉 거리가 2배가 되면 별의 수는 4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두 효과는 상쇄된다. 별이 어두워지는만큼 별의 수가 많아져 밝기는 그대로가 된다. 그러면 밤하늘은 어둡지 않고 환해야 한다. 이른바 '올베스의 역설'이다. 

그러나 우리는 밤하늘이 어둡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언가 잘못되었을 거란 걸 안다. 

올베르스의 역설은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빌헬름 올베르스가 1823년에 제안했다. 스위스의 천문학자 장 필리페 드 셰죠가 1744년 비슷한 역설을 제안한 적이 있지만 올베르스의 역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밤하늘이 그렇게 밝지 않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구에 도달하는 별빛의 총량이 무한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밤하늘이 왜 어두운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안 것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무엇이 틀린 걸까? 우주가 무한하지 않은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직 우리가 알아내지 못했다. 우리가 현재까지 알아낸 사실로 이를 설명하자면, '우주의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138억년 전에 만들어졌다. 우주의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지구에서 138억 광년(빛의속도로 138억년을 달린 거리) 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빛은 도착할 수 없다. 이를 '우주 지평선cosmic horizon'이라 부른다. 그 너머의 빛은 아직 지구에 도달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너머를 볼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너무 멀어서 관측할 수 없는 천체를 두고 "우주지평선cosmic horizon 너머에 있다"고 말한다.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광자는 관측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우주 전 방향에서 동시에 출발해서 날아온 것처럼 보여야 한다. 관측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광자가 공과 같은 면에서 함께 출발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면을 '최후의 산란면surface of last scattering'이라고 부른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은하에는 별이 몇 개 있을까?

은하에는 약 1000억개의 별이 있다. 작은 별은 태양 질량의 몇 퍼센트 밖에 되지 않고, 큰 별은 수백 배에 이른다. 은하는 원반의 모양이고, 가운데가 부풀어 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거리가 10만 광년 정도이다. 태양은 가운데에서 3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우주에 은하는 우리은하 뿐일까?

우주에는 우리은하 말고도 수많은 은하가 있다. 약 1000억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은하와 2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안드로메다는 우리은하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나중에는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것이다. 별과 별이 엄청나게 부딪히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은하는 밀도가 희박해 별과 별의 충돌 없이 두 은하가 합쳐질 수 있다. 

 

 

우주에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을까?

 

빅뱅이 있었다. 우주가 태어났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지 않을까? 탄생과 죽음이 있는 것처럼. 우주는 어떻게 끝날까? 별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하고, 우주의 빛나는 별들은 길고 긴 핵융합 반응을 마치면 우주에는 빛이 사라질 것이다. 

현재 핵반응의 풍성한 에너지로 빛을 발하는 우주는 이 귀중한 자원을 궁극에 가서는 다 써 버릴 것이고, 빛의 시대는 영원히 끝날 것이다. (마지막 3분, 폴 데이비스)

 

 

우주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우주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 4.9%, 암흑물질 26.8%, 암흑에너지 68.3%로 구성된다.

 

우주 질량-에너지의 구성비. 플랑크 위성 관측 결과로 구성비가 다르게 측정됐다. 출처 :&nbsp;ESA, Planck Collaboration

 

 

 

 

관련기사 : 한겨레 사이언스온

 

 

별은 어떻게 죽을까?

 

칠레 안데스 산맥 고원의 라스 캄파나스 관측소

캐나다의 천문학자 이언 셸턴Ian Shelton이 1987년 2월 23일에서 24일로 넘어가는 밤하늘을 관측하고 있을 때였다. 야간 근무 보조원이 잠시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마젤란 성운으로 알려진 성운 조각 외곽에 별이 하나 있었다. 전날까지 없던 별이었다. 

 

보조 연구원은 즉시 셸턴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 소식은 빠르게 전 세계로 전해졌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초신성supernova이었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1604년 초신성에 대한 기록을 남긴 이후 눈으로 확인한 최초의 초신성이었다. 그 초신성에는 1987A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바nova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새로운'이란 뜻이다. 초신성은 마치 새로 태어난 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별이 죽어가면서 폭발한 빛이다. 

 

별은 왜 폭발할까?

 

별이 폭발할 수 있다는 이론은 1950년대 중반 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 윌리엄 파울러William Fowler, 버비지 부부Geoffrey and Margaret Burbidge에 의해 처음으로 연구되었다.

별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물질을 수소이다. 수소 기체가 모여들어 별 가운데에는 엄청난 압력이 발생한다. 수소와 수소가 결합해 헬륨이 된다. 핵융합 반응이다. 내부 온도가 수백만 도에 달한다. 수소는 별의 연료다. 수소를 다 태운 별은 헬륨을 태운다. 헬륨과 헬륨이 융합해 탄소가 만들어진다. 다시 헬륨이 소모되면, 탄소가 융합해 산소, 네온과 같이 계속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다 마지막으로 철까지 만들어진다.

철은 굉장히 안정된 핵 구조를 가졌다. 철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에너지가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크다. 그래서 철이 만들어진 별은 더이상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수축한다. 엄청난 힘에 의해 원자들이 으깨진다. 응축된 물질들이 어느 순간 반응을 일으켜 1000분의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부풀어 오른다. 수조톤의 물질들이 초속 수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쏟아져 나가며 별 밖으로 거대한 충격파를 내보낸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중성미자 펄스를 방출한다. 

별의 폭발은 별의 중심부가 아니라 바깥쪽 껍질에서 일어난다. 별의 바깥쪽으로 에너지가 쏟아져 나가고 별의 바깥쪽에서는 이 에너지의 많은 양을 흡수하여, 원자핵들을 연소시킨다. 이와 달리 별의 중심부는 수축해 밀도가 매우 높은 핵을 만든다. 이들 핵은 경우에 따라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대폭발이 일어난 별은 며칠 동안 태양의 수백억 배 밝기로 빛나다가, 몇 주일 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금, 은, 납, 우라늄과 같이 철보다 무거운 물질들은 마지막으로 폭발하는 별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우주공간으로 쏟아져 나온 물질들 속에서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이 만들어진다. 태양과 지구,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태양에 앞서 죽은 초신성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을 낳는 탄소나 산소, 은행 금고의 금괴, 지붕 위의 양철판, 원자로의 우라늄 연료봉 등 모든 것들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것은 태양이 존재하기 전 사라져 간 별들이 죽으며 치른 산고의 결과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역시 오래전에 죽은 별의 잔해라는 생각은 정말 매력적이다. (마지막 3분, 풀 데이비스)

사람 몸속의 대부분의 원소가 초신성과 같은 별 속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파생 물질이라는 사실을 비아냥거리며 "사람은 우주의 핵폐기물"이라고 표현했던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같은 내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우리 인류는 모두 "한 초신성의 후예"라고.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태양도 폭발할까?

 

태양은 100억년 정도 수소를 태울 수 있다. 태양은 이제 절반쯤 수소를 태웠다. 태양은 초신성이 되기에는 너무 작다. 별은 작을수록 수명이 길다. 별들 가운데 가장 작은 왜성은 1조년 이상 빛을 낼 수 있다. 태양은 철까지 합성해내지 못한다. 태양이 연료를 거의 소모할 때쯤에는 크게 부풀어 오르고, 표면은 보다 차가워져 붉은빛으로 변해갈 것이다. 지금 크기의 500배 정도 되는 적색거성red giant star이 될 것이다. 밤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적색 거성이 여럿 있다. 황소자리의 일등성인 알데바란, 오리온자라의 알파성인 베텔게우스, 목동자리에서 가장 큰 별, 악투루스가 그렇다.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며, 수성, 금성, 지구까지도 집어 삼킬 것이다. 

 

후에 두꺼운 기체껍질은 모두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고 태양은 탄소와 산소로 구성되는 핵만 남긴다. 핵은 중력에 의해 수축해 작은 행성만해진다. 이를 백색 왜성white dwarf이라 부른다. 백성 왜성은 표면의 온도가 태양보다 훨씬 높지만, 너무 작기 때문에 망원경을 이용하지 않고는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별인 태양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백색 왜성이 되어 천천히 식어 갈 것이다. 아주아주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중성자별이란 무엇일까?

 

중성자별은 별은 별의 모습이지만,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될 수조차 없다. 양성자와 자유 전자가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어 전기적으로는 중성이 된다.그래서 중성자별이라 한다.

 

이 별의 물질을 각설탕만큼 가져오면 그 무게가 2억 톤, 즉 지구상에 있는 모든 자동차의 무게의 합과 비슷하게 된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란다우는 별이 맞이할 수 있는 또다른 최종 상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상태는 태양 질량의 1-2배가량 되는 한계질량을 가지지만, 크기는 백색왜성보다 훨씬 작다. 이러한 별들은 전자가 아니라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배타원리의 반발력에 의해서 지탱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별을 중성자별(neutron star)이라고 부른다. 중성자별은 반경이 불과 10마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밀도는 1세제곱인치당 수억 톤이나 된다. 이러한 천체의 존재가 처음 예견되었을 때, 중성자별을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천체가 실제로 발견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블랙홀이란?

 

1873년에 태어난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tzchild)는 1916년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완전해(exact solution)를 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건 바로 그가 죽은 해이기도 했다. 독일군에 있던 그는 전쟁 중 병에 걸려 사망했다. 

 

그가 구한 완전해는 놀라운 사실을 담고 있었다. 거대한 천체가 질량은 그대로인 채, 크기만 작아지게 되면 중력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지점이 만들어진다. 그 구면 안쪽에서는 아무것도 빠져 나올 수 없게 된다. 

 

이를테면, 태양이 지름 3km로 압축되거나, 지구가 지름 1cm로 압축되면 바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지구가 1km나 1m도 아니고, 1cm라니. 믿기지 않지만 블랙홀은 그런 존재다.

 

처음엔 이를 '어두운 별'(dark star)이라고 불렀다. 어떤 학자들은 '얼어붙은 별(frozen star)'이라 부르기도 했다. (블랙홀의 경계면에서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붙인 이름이었다) 이를 블랙홀이라 이름 붙인 건 휠러였다. 

 

어떤 별은 중성자별이 되지만 핵의 질량이 더 큰 별(태양 질량의 여러 배)은 중성자별이 되지 않는다. 중력이 너무 커 단단한 중성자 같은 물질마저도 압축을 견뎌내지 못하고 거듭 붕괴하여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초속 30만㎡로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다. 

 

블랙홀이 된 별의 경우에는 밀도, 질량, 크기 등의 개념을 세우기 힘들다. 다만 빛이 탈출할 수 없게 되는 경계인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 카를 슈바이츠실트가 계산해 낸 블랙홀의 반지름) 내부에 있는 블랙홀 물질을 각설탕만큼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다고 치자. 그 질량은 1조 톤 정도일 것이다. (빅뱅 우주론 강의, 이석영)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태양이나 지구와 같은 천체가 시공간에 만드는 완만한 곡률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공간은 사람이 올라가지 않은 트램펄린처럼 평평하지만, 물체가 있는 곳(질량이 존재하는 곳)은 사람이 올라간 트램펄린처럼 움푹 꺼지면서 0이 아닌 곡률을 갖게 된다.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슈바르츠실트의 논문을 접한 아인슈타인은 수학적인 내용만은 완전히 인정했으나, 지금 우리가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천체의 존재에 대해서는 코웃음을 쳤다. 당시에는 아인슈타인조차도 일반상대성 이론의 방정식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학적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블랙홀은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 그러나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도처에 널려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를 수집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초대형 블랙홀이 은하 전체에 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블랙홀은 왜 보이지 않을까?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 들이고, 블랙홀에서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는 물질이 빛을 내야 하는데, 블랙홀은 빛을 빨아들일 뿐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백조자리 X-1

이 항성계를 광학 망원경으로 보면 푸른빛의 커다란 별을 볼 수 있다. 이 별을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관찰하면 이 별이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별은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마치 다른 별과 짝을 이루어 서로를 회전하고 있는 모습 같은데, 다른 별이 보이지 않는다. 중력을 끼치는데 보이지 않는 그 무엇. 그것은 아주 희미하고 작은 별이거나 검은 물체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물체'의 질량을 계산해보자. 먼저 푸른별의 질량을 알아야 한다. 별의 질량은 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푸른별들은 고온이며, 질량이 크다는 사실을 이용해 푸른별의 질량을 계산해 낼 수 있다. 그리고 푸른별에 끼치는 중력의 영향을 고려해 보이지 않는 물체의 질량을 계산해낸다.

 

그 질량은 태양의 8.7배에 달했다. 백색 왜성이나 중성자별, 블랙홀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태양 질량의 8.7배에 달하는 물체는 블랙홀이 가능성이 높다. 내부 압력이 강력한 중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붕괴되어 블랙홀이 되기 때문이다. 

 

 

 

이솔 그림

 

 

보이는 별의 관측된 궨도를 통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천체의 가능한 최소 질량을 계산할 수 있다. 백조자리 X-1의 경우, 그 최소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6배에 해당한다. 찬드라세카르의 계산결과에 따르면, 그 질량은 보이지 않는 천체가 백색왜성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또한 그 정도의 질량은 중성자별이 되기에도 너무 크다. 따라서 그 천체는 블랙홀임이 분명한 것 같다.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블랙홀 같긴 하다. 그래도... 또 다른 증거는 없을까?

 

백조자리 X-1에 블랙홀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다른 관측결과에서 나왔다. 인공위성에 달린 검출기를 통해 X-1에서 날아노는 강력한 엑스선을 감지한 거였다. 사실 그 때문에 X-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X-1이 블랙홀이라면 엑스선을 설명할 수 있었다. 푸른별에서 나온 기체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블랙홀 회전궤도에 휩싸여 원반모양을 만든다. 회전이 빨라지며 기체가 가열되고 엑스선을 방출하게 된다.

 

엑스선은 블랙홀에 갇히기 전 보내는 마지막 신호이다.

 

 

 

백조자리 X-1 쌍성계의 상상화. 동반성 HDE 226868의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스티븐 호킹의 내기

 

1974년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키프 손(Kip Thorne)과 ‘X-1’이 블랙홀인지 아닌지를 두고 내기를 했다. 블랙홀 박사 호킹이 건 쪽은 X-1이 블랙홀이라는 쪽이었을까? 놀랍게도 호킹은 아니라는 쪽에 걸었다. 

 

그리고 1990년에 내기에서 졌다고 인정했다. 호킹은 왜 X-1이 블랙홀인 것 같다고 했으면서 왜 아니라는 쪽에 걸었을까? 그는 내기가 보험 같은 거라고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블랙홀을 연구했는데, X-1이 블랙홀이 아닌 게 되면 그동안의 연구가 시간 낭비가 되니까 내기에서 이겨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으려 했다는 거다. 참 괴짜 같은 내기 방법이다. 

 

호킹은 내기에서 진 대가로 약속했던 걸 들어준다. 키프 손에게 성인잡지 <펜트하우스(Penthouse)> 1년 정기구독을 신청해 준 거다. 그걸 본 키프 손의 아내가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 갈 수 있을까?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찾아 가는 이야기는 많은 SF의 소재였다. <월-E>(2008)에서는 세대에 걸쳐 우주를 여행하는 인류의 모습이 나온다. <인터스텔라>(2014)에서는 지구 환경 위기로 위기가 닥쳐오자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인듀어런스호에 수정란을 싣고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폴 데이비스는 1994년에 쓴 책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그린다.

 

우주선이 방주처럼 건설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여러 세대에 걸친 여행이 가능하도록 완벽한 자급자족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 갖추어진 방주이다. 아니면 여행을 하는 동안 식민지 개척자들이 깊은 냉동 수면 상태로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짐들 사이에 수백만 개의 냉동 수정란을 실은 소형 우주선을 보내는 것이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겠다. 이 냉동 수정란이 도착해 부화한다면,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수의 성인들을 수송해야 하는 논리적·사회적 문제 없이 일시에 많은 사람을 식민지에 살게 할 수 있다. (마지막 3분, 폴 데이비스)